최근 한반도의 외교안보와 정치경제 상황, 청년실업과 사회적 갈등, 미래에의 불확실성과 불안, 그리고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정도가 점점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을 논하는 것이 유치하거나 배부른 이야기가 될 정도로 매일 매일의 불안과 불신,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이 오늘 제가 레디 가족 모두에게 다시 묻고 싶은 질문이고 내 자신 다시 대답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레디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여러 번 레디는 ‘지식의 실험실’이고 ‘현장에서의 농장’이며 ‘새로운 지식산업의 전쟁터’라고 말해 왔습니다. 레디는 국제개발협력의 성공과 실패의 다양한 사례를 종합적으로 비교연구하고 평가함으로써 국제개발 지식을 실험하는 지식 공동체입니다. 또한 레디는 다양한 현지사정과 맥락에 맞는 유용하고 효과적인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경영하는 아웃리치 현지 농장입니다. 레디는 한국에서 최초로 시민사회와 민간의 가치에 기반하여 새로운 지식산업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지난 12년간 이러한 도전은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성패와 무관하게 모두 참으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최고의 ODA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국제 공동연구와 WASH 프로젝트와 정책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내부 역량 때문에 때로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때로는 어려운 경쟁 구조와 의지 부족으로 의미 있는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데 실패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산업을 개척하는 사람들이고 미래에 투자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주창자들이고 현장에서 지식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선도자들입니다. 개척자, 주창자, 선도자이기 때문에 레디가 여기에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의 행진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면 레디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지향점은 국제개발 분야에서 최고의 지식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국제개발 분야는 전통적인 모든 ODA 개념과 경계와 틀과 방식을 뛰어 넘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총공적지원(TOSSD)이 도입되고 민관학 혁신적 파트너십이 더욱 강조되며, 최빈국과 취약국, 도서국 뿐 아니라 고, 중소득국들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도 확대될 것입니다. 재원도 정부 예산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중견기업, 국제기구, 다자은행, 민간기금과 지역기구 등으로 다원화되고 있으며 전문가 풀과 전문가들의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식축적과 연구방식,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성과 입증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레디가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한반도의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협력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전방위 남북협력사업 진입 준비도 시급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창조적 변화와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식의 축적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의 시간들을 받아줄 수 있는 인내와 관용,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그러한 인내와 관용이 요구되는 시간입니다. 이러한 아픈 과정을 통해 경험과 지식의 오랜 축적이 가능하고 진정한 변화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창조적 지식의 축적이라고 말합니다. 레디가 하는 모든 일들이 헛되지 않도록, 하나하나 의미 있는 경험과 지식들이 축적되어 글로벌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고 노력합시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