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기해년 레디 신년사
우리는 또 다시 새해를 맞았습니다. 일년 365일, 12달, 52주, 8,760시간, 52,600분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은혜로 주어집니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또 다른 가능성과 도전과 시험대 앞에 서게 됩니다.
<중용>에서는 일상을 정성스럽게 쌓아가는 성실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이야기합니다. “성은 하늘의 도요, 성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다”(誠者 天地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돌이켜보면 어떤 인간의 삶에나 조직에도 많은 우여곡절과 질곡이 있기 마련이지만, 항상 성실함으로 본분을 다하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고 역경이 큰 깨달음과 감사가 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설립한지 8년이 된 글로벌발전연구원 ReDI가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살아남아 글로벌 협력을 위한 최고의 지식 파트너가 되고자 분투하게 된 것도 항상 묵묵히 성실하게 연구하고 협력사업 현장을 꼼꼼히 지켜 온 다수의 레디안(ReDian)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디안은 레디의 창립 정신인 ‘re-spirit’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레디안은 항상 탐구하고(research), 재성찰하고(rethink), 재정립하며(reorient), 재구상하여(reshaping), 개혁하는(reform) 사람입니다.
나는 다시 레디의 창립정신을 되새기면서 금년도 한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탐구정신은 레디의 모든 것입니다. 레디의 모든 사업과 활동은 지식 창출을 위한 것이고 최고의 지식 파트너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올 한해에도 많은 국제협력사업과 연구, 평가를 수행하면서 다른 어떤 조직도 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과의 공유지식(shared knowledge)을 창출하고, 사회 전반에 새로운 지식 영향력(knowledge impact)을 확산해 가야 합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레디는 탐구조직, 학습조직이 되어야 하고 지식을 체계적으로 생산, 관리하고 확산할 수 있는 지식가치제계(knowledge value-chain)를 정립해야 합니다.
성찰정신은 레디의 조직문화입니다. 모든 이슈와 개념들을 재성찰하고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개념 설계’의 힘이 레디에 있어야 합니다. 레디안 모두가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하고 개념을 재정의 할 수 있는 열정을 지녀야 합니다. 이러한 성찰 정신이 레디의 저력입니다. 직급이나 연배와 무관하게 새로운 생각은 언제나 소중한 것이며, 누구나 새로운 생각을 이야기하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특히 자신의 말과 행동에 사려가 깊고 남을 배려하는 성찰 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때입니다. 국제개발협력은 사람, 관계, 권력, 환경, 배려, 평등, 자유, 사랑과 이웃에 관한 일이며, 항상 이러한 중요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자들이 레디안입니다.
재정립은 자신의 위치와 관계와 지향점과 비전과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재정립이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잘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라는 이분법적 편견을 버리는 것이며, 갑과 을, 권력자와 소외된 자들의 모든 잘못된 편견과 관행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재정립은 나의 일과 삶이 더 주체적이고 자유롭고 헌신적이며 열정적일 수 있도록 나의 존재와 관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레디안은 잘못된 관계와 편견을 깨고 바로 세우는 사람이며, 개인의 삶과 일을 레디의 이러한 조직 이념과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구상하고 또 재구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재구상은 미래지향적이고 개척자적이며 도전적인 일입니다.국제개발협력의 판을 재구상하고 지식체계를 재구상하며 미래의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를 재구상하는 일이 야말로 우리의 중요한 도전이고 보람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레디는 이미 많은 재구상의 일들을 시도하였고 성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작금의 세계와 같이 한반도의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세계경제와 산업 생태계가 변화무쌍한 시기에 국제개발협력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떻게 변화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두의 고심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구상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할 때입니다.
개혁은 레디가 지향하는 실천 과제입니다. 개혁은 국제개발협력이 지향하는 세상을 바꾸는 의제이며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변혁적(transformative) 개발협력이기도 합니다. 개혁은 국제개발협력의 일상적 실천이고 우리가 연구하고 평가하고 협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잘못된 권력관계를 개혁하고 잘못된 지식체계를 개편하며, 잘못된 현장의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레디가 하는 모든 일이 재구상이고 그 실천이 개혁인 것입니다.
2019년은 레디가 다시 일어나 re-spirit로 국제개발협력을 새롭게 일구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레디 1기(2011-4)가 창립과 생존의 시기였다면 레디 2기(2015-18)는 다양한 새로운 시도와 확장과 위기의 시기였습니다. 이제 레디 3기(2019-22)를 맞으며 저는 다시 레디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탐구하고, 성찰하고, 재정립하고, 재구상하고 개혁하는 본연의 일에 여러분과 함께 담대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인생에 한 점 후회 없이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고 기쁨과 보람이 넘치는 레디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 내가 먼저 사람이 되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고 사람으로 성공 스토리를 쓰는 레디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2019. 새해에
이 태 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