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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해가 바뀌었습니다.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모두가 새해 소망을 나누고 각오를 다집니다. 인간만이 시간이라는 잡을 수 없는 찰라와 영겁의 세계에 절기와 매듭과 의미를 정하고 기념하며 잡고자 합니다. 백호가 지나가고 흑묘의 해가왔다고 하지만 마음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라고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되고 마음에서 만들어집니다.

2023 癸卯年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Re-spirit에 대해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12년전 ReDI를 시작할 때 우리의 정신이 Re-spirit였고 국제개발협력을 다시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이 본래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고 무의미해지고 타성에 빠졌을 때마다 나는 ReDI의 정신을 생각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은 지구촌과 우리나라의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고 반인권적이고 반환경적인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자는 변화의 운동이고 협력의 실천 약속입니다.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일구고 문화 다양성을 확장하며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사회와 희망을 후세에게 물려주자는 인류의 합의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국가이기주의는 극에 달하고 신냉전의 불안한 세계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눈앞의 이해관계에 눈멀고 전쟁과 폭력, 독점과 배제가 일상화되어 포용과 공존의 세상은 갈수록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약육강식의 세계, 강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야생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세계를 바로잡는데 국제개발협력은 비록 무기력하고 미미하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노력을 결코 중단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변화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시작되는 것이고, 우리의 소중한 합의와 공감과 실천이 거대한 변화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변혁 운동의 주체로서 ReDI는 국제개발협력을 다시 성찰(Reflection)해야 합니다. 국제개발협력의 목적과 이유와 근거와 방법론을 늘 재고하고 연구하는(Research) 작업을 게을리하면 안됩니다. ReDI는 연구와 컨설팅 기관으로서 국제개발협력을 변화시키고 개선하는데(Reshaping) 기여해야 합니다 . ODA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개혁하여 본래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주도해 가야 합니다. 이것이 ReDI만의 Re정신입니다.

특별히 2023년은 ReDI의 미션 달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고 포트폴리오가 변화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기존에는 지나치게 연구와 평가 작업에만 집중하였다면 이제는 최고의 인력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하여 정책과 제도, 관행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영향력 있는 국제개발 컨설팅 기관이 되고자 합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자문관과 WFK 봉사단으로 파견하는 사업 모델을 통해 글로벌 협력과 국제개발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지식을 축적하여 ReDI가 개발도상국의 좋은 친구이면서 최고 멘토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현장중심, 파트너 중심, 수혜자 중심의 국제개발협력 평가와 교훈 도출을 통해 우리나라 ODA를 개선해 나가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일방적 이식 원조나 공여자 중심의 개입이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지식 창출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나가는데 ReDI가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ReDI가 축적하고 추진해왔던 많은 개발협력 연구평가와 성과관리 사례들을 지식자본으로 잘 관리하고 활용하여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의 비전과 진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ReDI Impact와 같은 현장 온라인 정책 브리프 발간이나 출판사업의 재개도 ReDI의 영향력 확산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ReDI의 전략적 포트폴리오에서 문화 ODA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었던 값진 경험과 노하우는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문화 ODA는 개발도상국의 지적, 문화적, 환경적, 역사적 자산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창조적 문화산업 발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문화 ODA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엔진이고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자긍심을 불어넣는 것이며 문화다양성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입니다. 그동안 전통적인 ODA가 경제와 기술,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협력이었다면 문화 ODA는 지식기반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협력이고 쌍방향의 윈윈 전략으로서 미래 지향적인 접근법이고 우리나라의 중요한 전략적 ODA 영역이 될 것입니다. ReDI는 이를 선도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올 한해도 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코로나는 끝날 줄 모르고 세계의 정치경제 전망은 어느 해보다도 암울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놓지 말고 함께 손잡아주고 격려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걱정마 잘될거야!” 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하쿠나마타타 정신이 필요합니다. 함께하면 고통은 줄어들고 기쁨은 배가됩니다. 올 한해 새롭게 ReDI 가족이 되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와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Re정신을 실천하는 Redian으로 거듭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