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2020 경자년 레디 신년사
등록일: 2020.02.26, 조회: 342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孟子에 나오는 글귀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였으되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어짐을 돌아보고
(愛人不親 反其仁)
사람을 다스렸으되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고
(治人不治 反其智)
사람을 예우하였으되 답례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경을 돌아보라
(禮人不答 反其敬)
행하였으되 얻지 못하면 모근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구해야 한다.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레디도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은데 큰 성과가 없었고 글로벌발전연구원으로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 ‘국제개발의 재구상’도, ‘자속가능발전의 최고 지식파트너’도 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남탓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짐과 지혜와 공경이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야야 합니다.
대내외적으로 국제개발분야 만큼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고 변화가 큰 분야도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최빈국과 저소득국은 줄어들고 있고 대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역동적인 신경제국(dynamic new economies)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남반구와 북반구, 수원국과 공여국이라는 식민주의적 세계관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으며 한국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나라’라는 자기 만족적인 잘못된 주장을 계속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화하고 있고 저마다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도 공유경제와 사회적 경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과 연구, 정책지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수 십 만개의 스타트업과 신생기업, 융합과 혁신에 의한 새로운 지식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국제개발도 전통적 ODA 개념이 무한 확장되고 있어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모든 공적지원’(TOSSD)을 포함하게 되었으며 공여국들은 자국의 이익, 국익을 위한 ODA를 강화하고 오너십(ownership)과 도너십(donership)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는 수십 년 동안 정체되었고 오히려 민간자금의 개도국 유입 증가와 민관협력(PPP)에 의한 다양한 투자와 새로운 유형의 국제개발 프로젝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다양한 혁신적 개발협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세계관에 정체되어 있다면 우리의 국제개발 노력은 점점 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과 세계관이 바뀌어야 하고 파트너가 바뀌어야 하며 재원과 방법론, 사람과 프로그램이 모두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때 보다도 안정적인 재원과 사업, 사람과 전문가를 확보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여 과감한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로벌발전연구원 레디를 2020년에 이렇게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는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원들 중심이 아니라 레디를 아끼고 지지하는 모든 외부 전문가분들을 자문관과 컨설턴트로 모시고 이분들이 레디의 콘텐츠와 연구, 사업과 파트너십의 핵심이요 간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고의 지식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 역량도 중요하지만 외부 소스와 자원을 플랫폼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네트워크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레디 한분 한분에게 당신은 어떤 네트워크의 중심인가? 어떤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가를 묻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는 레디만의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그간의 축적된 노하우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노력을 접목하여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 ODA와 문화유산, 지역과 공동체 재생 분야를 가장 중요한 레디의 전략적 협력분야로 사업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개발분야의 연구와 평가 노력을 계속하되 NIPA 자문관 파견사업과 디지털 문화분야의 WFK 파견사업, 유라시아 문명연구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최고의 전문가 파견사업을 통한 현장경험과 지역지식을 축적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는 국제개발분야의 최고 지식 파트너로서 레디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출판사업을 본격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레디북스’ 시리즈를 기획 발간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레디 임팩트’도 다시 복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출판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레디의 브랜드와 지식 영향력을 확산하고 글로벌 담론과 이론, 방법론의 소개 뿐 아니라 현장에서 맥락있는 지식과 지혜를 발굴하고 파견 전문가들의 활동과 현지평가 성과들을 적극 공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지식나눔 노력이야말로 레디가 만들어진 이유이고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도 레디와 함께 힘차게 다시 출발해봅시다!
Revitalizing Community,
Empowering People,
Developing Capacity,
Innovating Knowledge가 계속되도록 레디의 Re-Spirit 정신으로 다시 무장하고 함께 노력해 봅시다. 우리들의 어짐과 지혜와 공경함을 돌아보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2020년 한해가 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庚子年 새해에
이 태 주 쓰다